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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주민의 한국 부동산 구입이 많아지고 있다. 이 소식도 최근 한국의 부동산 폭등과 맞물려 외국인이 한국의 부동산 가격을 올리고 있다는 과장된 인식으로 이어지고 있다.
외국인주민이 한국의 부를 가져가고 있다는 잘못된 생각을 가진 내국인과 언론이 이러한 믿음을 부추긴다.
9월 19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송석준 의원이 국토교통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8월 현재 외국인이 소유한 주택은 7만7692가구다. 2016년 6월(4만511가구)과 비교하면 91.7%가 증가했다.
지역별로는 경기가 2016년 1만1106가구에서 2만8129가구 153.2% 늘었다. 인천은 2634가구에서 6525가구로, 서울은 1만5209가구에서 2만2829가구로 각각 증가했다. 수도권 외국인 주택은 5만6073가구로 전국 외국인 주택의 72.2%를 차지했다. 외국인이 매입한 주택 10채 중 7채는 서울·경기·인천 지역에 있다는 말이다.
외국인의 부동산 투기는 오해
이러한 상황에서 외국인이 한국의 주택을 구입하는 경우, 거래내용이나 다주택 여부 등을 확인하기 어려워 우리 국민들처럼 다주택 규제를 적용하거나 불법 거래를 적발하기 어렵기 때문에 우리 국민들과 역차별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물론 돈이 많은 외국인 중에는 편법을 이용해 외국에 있는 자금을 국내로 들여오고 이를 이용해 부동산 투자를 하는 이들이 있다.
송석준 의원은 “문재인 정부 들어 서울 아파트 가격이 크게 오르자 투자 등을 노리고 서울 주택을 구입한 외국인이 최근 몇 년새 크게 늘었다”며 “각종 규제와 폭등한 집값으로 실수요자인 국민들은 내집마련의 꿈을 접고 있는 가운데 내국인이 역차별 받지 않도록 외국인 주택 관련 통계를 공개하고 관리해야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역시 진실이라고 믿기에는 잘못된 측면이 많다.
아파트 구입 어려움, 내국인과 같다
외국인들도 한국에서 부동산 투자를 하려면 내국인과 동일한 규제를 받는다.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때도 LTV(주택담보대출비율), DTI(총부채상환비율),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등의 규제를 받아 많은 돈을 빌리기가 어렵다. 주택자금조달 계획서도 작성해야 하는데 해외에서 가져 오는 돈은 ‘자기 자금 조달’이라고 쓰면 되니까 외국인은 내국인 보다 검증과정이 덜하다.
하지만 내국인이 해외에 돈을 가지고 나갈 때 까다로운 외환규제를 받는 것과 마찬가지로 외국인도 자국에서 한국으로 돈을 반출하려면 여러 가지 규정을 지키고 보고도 해야 한다.
자국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가지고 한국 부동산에 투자하면 된다는 시각도 있지만 말도 안되는 이야기이다. 한국 은행에 가서 중국 부동산 투자하려고 하니 대출해 달라고 하면 해줄까?
투기 보다는 실거주와 임대 목적
외국인주민이 국내에서 부동산을 많이 구입한 곳을 보면 과연 이들이 한국에서 부동산 투기를 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만약 외국인들이 투기를 목적으로 한 것이라면 서울 강남 아파트 구입이 가장 많아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올해 들어 7월까지 중국인이 가장 부동산을 많이 산 곳은 경기도 부천이었다. 이어 인천 부평구, 경기도 화성, 경기도 시흥, 인천 남동구 순이었다. 수도권 서남부 지역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외국인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이다. 부동산 투기 보다는 실거주에 목적이 있는 것이다.
외국인이 구입한 부동산도 아파트 보다 다세대, 다가구 주택이 좀 더 많은 것을 보면 같은 외국인주민들에게 임대를 놓으려고 하는 의도가 있음을 엿볼 수 있다. 다세대주택은 2016년 6월 9260가구에서 올해 8월 2만807가구로 늘었다.
미국인은 미군기지가 있는 평택에서 가장 많은 부동산을 샀다. 이어 충남 아산, 경기도 양평군, 서울 강남구, 서울 용산구 순이었다. 굳이 따지자면 중국인 보다 미국인이 한국에서 부동산 구입으로 이익을 얻으려는 목적이 더 큰 것으로 보인다.
한국인의 해외 부동산 투자는?
많은 내국인들이 외국인의 한국 부동산 투기를 의심하지만 내국인의 해외 부동산 투자는 훨씬 더 엄청나다.
2020년 11월 미국 경제신문 월스트리트 저널은 한국인 투자자들이 코로나 중에 미국 부동산을 공격적으로 사들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리얼 캐피털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2020년 외국인 부동산 투자자 금액대비 3위를 차지한 것은 다름 아닌 한국이다. 2019년 한국은 10위였으나 불과 1년 사이에 크게 증가해 캐나다, 독일에 이어 3위가 됐다.
법인이나 펀드 투자는 더 엄청나다. 자본시장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내국인의 해외부동산 펀드 설정액은 2019년 54조 2천억원으로 2조 8천억원이었던 2010년 대비 19배 증가했다.
해외부동산펀드의 주요 투자자인 국민연금의 해외부동산 투자 잔액도 동기간 4조 1천억원에서 23조 7천억원으로 약 6배 증가했다.
미국 부동산 임대업체 관계자는 “유럽이나 미국 투자자들은 대도시 부동산에 주로 투자하지만, 한국인들은 중소도시나 교외의 부동산도 적극적으로 사들인다”고 말했다.
많은 내국인들이 우려하는 것처럼 옳지 않은 방법으로 한국에서 부동산 투기를 시도하는 외국인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위에 제시한 자료를 보면 외국인이 한국의 부동산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고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
특히 더 큰 이익을 찾아 자본이 이동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내국인들이 해외에서 그렇게 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송하성 기자 경기다문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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