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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의 시간이 될 것인가, 늑대의 시간이 될 것인가”

2023.07.25 14:19
조회수 240
Reporter Hasung S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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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한줄요약

<칼럼> 신한대학교 총장 강성종, 파파야스토리 주필, 한국지속가능캠퍼스협회장

게시물 내용

“아이를 혼내지 않았으면 합니다. 작가에게는 소중한 작품이지만 아이에게 미안함을 강요하고 싶지 않습니다.“

엄마와 함께 조각 전시회를 찾은 유치원생 아이가 김운성 작가의 작품을 깨트렸습니다. 판매를 위한 전시는 아니지만, 작품가는 500만원이었습니다.

미술관 쪽에서는 작가에게 급히 연락을 취했습니다. 위의 문자메시지는 그 연락에 대한 김운성 작가의 답입니다.

조금 더 문자메시지를 인용하자면, “변상이나 보상 생각은 안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작품이 파손된 뒤 부모님과 아이의 충격이 있었을 거라 생각됩니다. 작가가 감당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고 엄마와 아이에게 잘 이해를 시켜주시면 하는 마음입니다.”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김문성 작가는 그 다음날 밤을 새워서 깨진 작품을 다시 붙였고, 이것도 작품이라며 다시 재전시를 했다고 합니다. 물론, 아이 어머니는 작가에게 직접 미안하다는 인사를 전했습니다.

아름답고 훈훈한 이야기입니다. 작가는 관객이 예술을 대하는 태도에 관해서 부모에게 당부했습니다. 그러면서 작가 자신의 예술세계가 어떤 건지도 알려줬습니다.

김문성 작가는 배우의 마음보다 혹시나 깨질지 모를 어린 관객의 마음이 먼저였습니다.

저는 이 이야기를 다시 재구성해봤습니다. 공교롭게도 기후위기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 예술작품 테러가 논란이 되고 있는 요즘이기도 합니다.

여기 어떤 작품이 있습니다. 미술관을 찾은 인간의 부주의로 이 작품이 박살났습니다.

그런데 인간은 자기들이 한 일이 얼마나 엄청난 일인지 모릅니다. 아예 배 째라 나 몰라라 하고 서로 책임전가를 하고 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이 작품을 만든 이도 단단히 벼르고 있습니다. ‘할 수 없이 500만원을 붙였지만, 내가 들인 노력과 정성은 5억원보다 훨씬 더 비싸다. 당신들은 5억원 이상의 변상을 각오해야 할 것이다.’라고 

제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잘 아실 겁니다.(따뜻한 이야기에 찬물을 끼얹어서 죄송합니다.)

지구와 자연은 가장 완벽에 가까운 예술이었습니다. 인간은 무지하고 탐욕스러운 관객이었습니다.

제 분수 제 자리도 지키지 못하고 무대 위로 올라와 작품에 균열을 냈습니다.

이에 자연은 무수히 경고했고, 인간은 철저히 무시했습니다. 자연과 인간 사이에는 더 이상 이해와 관용은 없습니다. 가혹한 응징과 엄청난 변상이 우리 앞에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른 새벽과 저녁 어스름, 붉은 태양빛과 컴컴한 어둠이 교차하는 시간. 적인지 아군인지 구분 못하는 사물이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 이 순간을 프랑스에서는 ‘개와 늑대의 시간’으로 부른다고 합니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인간은 개가 아닌 늑대를 초대하고 있는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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