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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빨간 신호등을 무시하는 사람들

2023.10.23 16:29
조회수 1,297
Reporter Hasung S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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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한줄요약

강성종 신한대학교 총장. 경기다문화뉴스 주필. 한국지속가능캠퍼스협회

게시물 내용

그런 기억들이 한번 씩 있을 겁니다. 어떤 글을 읽다가 갑자기 어떤 지점에서 멈추게 되는 저는 이런 글을 빨간 신호등 같은 글이라고 부릅니다. 빨간 신호등 같은 그림도, 빨간 신호등 같은 음악도 있습니다. 사람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예술이야말로 최고가 아닐까요.

 

유명한 문학평론가 김병익 선생이 책을 내놓았습니다. 그 책은 아직 읽어보지는 못했는데, 그 책을 소개하는 기사에 이런 말이 나오더군요.

빛나면서도 번쩍이지 않는 품위

검소한 풍요” “성장 없는 발전” “경쟁하는 공존

 

저는 이 말에서 멈췄습니다. 빨간 신호등이 켜진 겁니다. 모순 구조로 되어 있는 이 말이 가리키는 지점은 여러 곳일 수 있는데, 저는 이 말들이 기후위기를 돌파할 열쇠 말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지금의 기후위기는 탐욕스런 풍요 때문이고, 성장 있는 발전 때문이고, 공존하지 않는 경쟁 때문입니다.

 

저에게는 또 다른 빨간 신호등도 있었습니다. 김병익 선생의 말과도 일맥상통합니다. “검이불루(儉而不陋) 화이불치(華而不侈)” 소박하되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되 사치스럽지 않다. 유홍준 교수가 오래전에 백제문화의 identity를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저는 이 말이 단지 한 나라의 문화를 표현한 말이 아니라, 어떤 정신임과 동시에 태도이며 수많은 경계를 넘나드는 고고하고 우람한 사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기후위기를 목전에 두고 있는 우리는 이런 사상을 가슴에 지녀야 합니다. 이런 삶의 태도를 갖고 실천에 옮겨야 합니다. 지구는 다른 의미에서 빨간 신호등이 켜졌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빨간 신호등을 무시하고 계속 건널목을 건너고 있습니다. 크고 작은 사고들이 폭풍전야의 전조처럼 일어나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는 검소한 풍요, 성장 없는 발전, 경쟁하는 공존 앞에서 아이디어를 내야 합니다. 검이불루 화이불치 앞에서 잠시 걸음을 멈추고, 우리의 태도변화를 이끌어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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